[공간뉴스 = 한동순기자] 땅끝, 인송문학촌 토문재에서 지난 12일 프란츠 카프카 타계 100주년을 맞아 ‘땅끝, 해남에서 카프카를 만나다’ 심포지엄을 전남 도내 일선 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마쳤다.

박병두 인송문학촌장(소설가. 시나리오작가)은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의 기쁨과 감동과 환희로 여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카프카 심포지엄을 땅끝에서 갖는 의미가 새롭다고 말하고, “올해 카프카 삶과 문학을 재조명하는 행사가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열린 가운데 심포지엄은 한국문학의 관점에서 카프카 문학을 새롭게 해석하는 도전의 자리”라고 밝혔다.

김태환 서울대 독문과 교수,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소설가 정찬, 시인 장석남이 카프카 문학을 오늘의 관점에서 논평과 작품을 쉽게 이해하는데 그 몫을 다했다고 말했다.

좌로부터 방민호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 장석남 시인, 박해현 문학평론가, 박병두 인송문학촌 촌장, 김태환 서울대 독문과 교수, 정찬 소설가(전, 동의대 교수)

장석남 시인은 카프카의 소설 ‘성’에서 영감을 얻은 자작시를 소개했다. “동향집에서는 저녁 빛이 되비쳐온다/ 성의 화강암들 저녁 빛 받아 던진다/ 저녁에 동쪽으로도 석양은 찬란하다/ 호랑이 가죽 같은 빛깔들 깔려온 마당가에/ 죽은 강아지를 묻는다/ 동향집에서 저녁 빛이 가슴께에서 빛난다”

김태환 서울대 독문과 교수는 이날 기조 강연을 통해 “카프카는 소설가, 즉 이야기하는 사람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야기에 대한 탐구자이기도 하다”라면서 “그것은 그가 자신의 소설을 통해서 이야기의 가장 본질적인 전제를 의문시하고 그렇게 이야기의 기반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김 교수는 “카프카가 보통사람과 달랐던 것은 그가 깨어 있을 때도 일상적 생의 습관에 무뎌지지 않은 원초적 불안의 감각으로 세계를 보았고, 그렇게 본 세계의 모습을 그려 보였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라면서 “카프카의 상상적 세계가 악몽을 닮은 것은 이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프카의 문학은 질서와 혼돈의 관계를 전도시켜 혼돈을 질서의 틀 밖으로 넘쳐나게 하고 질서에 대한 항구적 위협으로 묘사한다.

질서는 혼돈의 바다에 위태롭게 떠 있는 섬에 지나지 않는다. 견고한 육지에서 느끼는 배멀미는 육지를 감싸고 있는 깊은 혼돈의 바다에서 오는 것이다. 이처럼 카프카는 이야기 도식의 안과 밖을 뒤집음으로써 우리 자신과 세계의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무질서하고 불규칙한 흐름에 대한 감각을 되살린다.”소설가 정찬은 카프카를 떠올리면서 “당신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변신’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벌레로 변신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세기의 소설’로 만든 천재성에 지금도 감탄을 금치 못한다”라면서 “집단에 유용하지 못한 인간은 하잘것없는 존재로 전락시키는 문명 세계의 냉혹한 폭력을 아프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안세권 태너와 박무강 바리톤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향수를 듀엣으로 열창하고 있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한국 문단에서 카프카 문학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라면서도 “카프카는 한국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인훈의 소설 ‘회색인’이 카프카 문학을 심층적으로 다룬 대목을 소개했다. “문학으로서 가능한 상징의 끝은 카프카일 것이다. 이상, 더 밀고 나가면 그러한 극단을 가누기에는 언어가 견디지 못한다.

돌을 돌이라 하고, 꽃을 꽃이라 하면서, 돌이 아니게 하고, 꽃이 아니게 하는 것이 카프카의 소설이다. 카프카의 세계에서는 의자는 의자다. 그러나 그 경우 의자는 스핑크스처럼 알 수 없는 수수께끼다. 그의 소설을 이루는 낱낱의 장면에는 아무 비약이 없다. 그러나 그 결합에, 그리고 소설 전체가 한 마디 수수께끼인것이다. 이것은 놀랍고 비상한 ‘물음’의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올해로 타계 100주년을 맞은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의 문학은 루카치가 말한 “길은 끝났지만, 여행은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은 김혜숙 명인의 진도 유배지 한 춤 공연으로 시작되었으며, 태너 안세권 성악가의 “Nessun dorma”, 박무강 “내 맘의 강물”, 듀엣으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향수”를 노래했다.

남기선 시낭송가는 박병두 촌장의 시, “해남 가는 길” 외 한편을, 송종국 시인과 김령(광주일고) 국어 교사가 카프카의 아포리즘과 시를 낭독했다.

행사는 땅끝, 해남 시골 마을에 전남 도내 선생님들을 비롯한 문인들 120명이 참석해 깊어 가는 가을날의 정취를 만끽하며 카프카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