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음의 나눔에 대해서 몇 자 적어 볼까 합니다.

우리는 함께 더불어 살면서 글과 말로 의사를 나누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 마음으로 뜻을 나눕니다. 오히려 글과 말보다 마음으로 소리 없이 나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같이 소리 없이 마음을 나누는 것을 이심전심이라고 합니다. 본래 이 단어는 불교의 석가모니로부터 유래합니다. 석가가 어느 날 제자들 앞에서 꽃 한송이를 들고 웃는데 그 의미를 알아차린 제자들이 없는 가운데 가섭이란 제자가 홀로 그 의미를 알고 웃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석가는 “가섭은 내 마음을 안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어찌 이런 일 뿐이겠습니까? 이심전심은 우리의 삶 가운데 다반사로 있는 마음의 교통법입니다. 그런데 이 이심전심이란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도 그에 따른 반응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즉 모른 체할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마음을 알지만 그 마음을 다 받아줄 수 없을 때 더욱 그러합니다. 오리려 마음을 밀어낸다고 할까요? 이는 참으로 가슴 아픈 경우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 가운데 있는 경계선이 허물어지는 낭패를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아주 귀한 일이라는 사실을 수없이 느끼고 삽니다. 이러한 마음을 나누는 일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이러한 사랑의 교통을 갖기까지는 많은 세월 속에서 서로의 진심이 검증되고 신뢰하게 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런 점에서 너무도 많은 사랑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소리 없이 전해져 오는 사랑과 위로의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마음으로만 받아들이는 선에서 끝내는 것이지요. 이런 이심전심이 우리의 삶을 지탱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런 밝은 면의 이심전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적대적인 마음, 냉소적인 마음, 훼방하는 마음, 곡해된 마음, 닫힌 마음은 우리를 다치게 만듭니다.

이런 경우는 그런 마음을 알면서도 모른 체해야 합니다. 만일 나도 똑같은 마음으로 반응한다면 내가 죽습니다. 나는 그와 정반대되는 마음을 굳게 품어야 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기(氣)싸움입니다. 영의 씨름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런 상대방의 마음이 풀리도록 나름대로의 방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것은 중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이심전심이라는 단어는 주님과의 대화에 적용됩니다. 주님께서 내 마음을 다 읽고 느끼시고 계시다는 사실이 너무도 감사한 것입니다. 내 마음을 알아주시는 이가 계시다, 내 마음의 진심을 살펴주시는 이가 계시다는 사실은 큰 힘이 됩니다.

이 자리를 빌려 새삼스럽지만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흔들림 없이 함께 동역해 주신 교우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평생 변함없이 헌신적으로 저의 곁을 지켜준 사람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이제 서로의 마음을 알 만큼 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진심을 알기에 신뢰하게 된 것은 참으로 커다란 축복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한결같이 마음을 나눠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벧엘 칼럼집 『흔적』 중에서-